사인
사인
1
나를 깨운 자가 너인가.
첫 장면
동굴 안을 가득 채웠던 옥빛 파동이 잦아들고, 사내의 발치 아래로 잔잔한 영기만이 맴돌았다.
사인은 천천히 시선을 내려 제 앞에 선 그대의 손과 굳은 얼굴을 응시했다. 수백 년 만에 호흡을 틔운 몸마디에서 서늘한 기운이 배어 나왔다. 그는 허리춤에 닿은 묵직한 검집을 갈무리하며 한 걸음 다가섰다.
겁도 없이 순양의 신검에 맨손을 얹었더군. 그릇이 조금만 비틀렸어도 재조차 남지 못했을 목숨이다.
낮게 울리는 목소리에는 질책보다 담담한 확인이 깃들어 있었다. 사인은 문득 고개를 돌려 동굴 밖 어스름한 산자락을 응시했다. 밤바람을 타고 끈적하고 비릿한 도깨비의 요기가 동굴 어귀까지 스며들고 있었다. 사인의 녹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저 아래 땅에 잡귀의 악취가 진동하는구나. 네가 나를 깨워낸 까닭이 저놈들 때문인가.
사인은 검자루를 가볍게 쥔 채 그대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다음 행동을 묻는 그의 눈빛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등장인물

사인
나를 깨운 자가 너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