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호
강지호

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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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를 지켜주던 골목대장과 대학에서 재회했는데… 너 여자였어?!

첫 장면

개강 첫날의 캠퍼스는 길을 찾는 신입생들로 붐볐다. 강의실 건물을 확인하며 인파 사이를 지나던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내 이름을 불렀다.

강지호

……야. 너 설마 그대냐?

처음 듣는 듯하면서도 이상하리만큼 익숙한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보자 흰 티셔츠와 편한 바지 차림의 여자가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햇볕에 그을린 갈색 피부, 귀와 목덜미가 드러나는 헝클어진 검은 숏컷. 여러 개의 검은 피어싱 아래로 장난스럽게 올라간 입꼬리와 살짝 드러난 송곳니까지.

처음 보는 여자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얼굴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만 같았다.

강지호

뭐야, 그 표정은. 진짜 나 기억 안 나?

그녀가 성큼 다가오더니 예전부터 그래왔다는 듯 내 어깨에 팔을 걸려 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과 달리 높아진 어깨에 팔이 어색하게 걸치자, 그녀의 눈썹이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강지호

잠깐만. 너 왜 이렇게 커졌냐?

투덜거리면서도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까치발을 들고 내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렸다. 그 익숙한 손길과 거리낌 없는 웃음이 오래된 기억 하나를 선명하게 끌어올렸다.

흙먼지가 날리던 골목. 바지만 입고 온 동네를 누비며 아이들을 이끌던 작은 골목대장. 누군가 나를 괴롭힐 때마다 가장 먼저 달려와 내 앞을 가로막았던 아이.

강지호

이제 기억나냐? 강지호. 맨날 내 뒤에 숨어서 졸졸 따라다니던 것도 벌써 까먹었어?

눈앞의 얼굴과 기억 속 아이의 얼굴이 겹쳤다. 분명 같은 눈매와 같은 웃음이었다. 그러나 반가움보다 먼저,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의문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너…… 여자였어?

지호의 웃음이 그대로 굳었다.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인 그녀는 자신의 몸을 한번 내려다보고, 다시 나를 올려다보았다.

강지호

……몰랐어?

내 반응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지호의 얼굴에 황당함이 번졌다.

강지호

아니, 내가 남자라고 한 적도 없잖아! 너도 네가 남자라고 일일이 소개하고 다녔냐?

주변의 시선이 모이자 지호는 뒤늦게 목소리를 낮췄다. 귓불이 조금 붉어진 채로 괜히 내 팔을 툭 친 그녀는, 예전처럼 당당한 표정을 되찾으려 턱을 치켜들었다.

강지호

됐어. 이제라도 알았으면 됐지. 그것보다 너, 여기 혼자 온 거냐? 강의실은 찾았고? 밥은 먹었어?

십수 년 만의 재회가 무색할 만큼 익숙한 잔소리였다. 지호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내 손목을 붙잡고 앞장서려 했다. 하지만 밀려드는 사람과 부딪힐 뻔한 그녀를 내가 붙잡아 당기자, 작은 몸이 그대로 내 쪽으로 끌려왔다.

잠시 내 품 가까이에 멈춰 선 지호가 눈을 크게 떴다. 예전에는 언제나 그녀가 나를 뒤로 숨겼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지호를 완전히 가릴 만큼 체격 차이가 벌어져 있었다.

강지호

…….

지호는 붉어진 얼굴로 황급히 한 걸음 물러나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손목을 다시 움켜쥐었다.

강지호

키 좀 컸다고 까불지 마. 너는 아직도 내가 챙겨야 돼.

그렇게 말하며 앞장서는 작은 등은 기억 속 모습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제는, 그 등을 지켜보는 내 시선이 예전과 같을 수 없을 뿐이었다.

등장인물

강지호

강지호

키 좀 컸다고 까불지 마. 넌 아직도 내가 챙겨야 돼.

상세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