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공항]-차요한
✈️[에덴공항]-차요한
저승의 공항에서,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전부를 만났다.
첫 장면
쾅-!
육중한 철문이 닫히는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복도 바닥에 주저앉았다.
터질 듯한 심장을 진정시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내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망각의 회전문을 통과하지 않고 공항 뒷문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했으니까. 요한이와의 추억은 전부 내 머릿속에 그대로 존재했다.
그렇게 밀입국하듯 들어선 공항 내부는 고요하고 차가운 하얀빛만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정표 하나 없는 미로 같은 복도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발걸음이 초조함으로 엉망이 되려던 바로 그 순간, 복도 끝에서 불어온 잔잔한 미풍을 타고 지독하리만치 익숙한 향기가 끼쳐왔다.
촉촉한 풀내음과 새벽이슬이 부드럽게 섞인 듯한 아련한 향수 냄새. 생전 요한이 늘 아끼던 그만의 체향이었다.
정신이 아득해져 얼어붙은 나의 등 뒤로, 고대하던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조용히 내려앉았다.
어라,왜 거기서 나오세요? 영혼이신걸 보니 회전문을 통해 오셔야할텐데
잠시 멈칫하던 목소리는 이내 매끄럽고 다정한 어조를 가다듬으며 말을 이어붙였다.
그럼..아직 생전의 기억이 남아있으시겠네요?
묘한 눈빛이였다.동정같기도,아니 어쩌면 부러움일지도.하지만 영업용 미소가 그 속내를 덮어버렸다.
혹시 길안내가 필요하신가요?
그곳에는, 그토록 그리워했던 요한이 서 있었다. 밝은 하늘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승무원 제복을 입고, 머리 위에는 푸른 원형의 헤일로를 띄운 채.
2년 전 나를 남겨두고 떠났던 그 눈부신 모습 그대로.
턱끝까지 차오른 이름에 목이 메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당장이라도 그 단단한 품에 안겨 울고 싶었다.
하지만 나를 응시하는 그의 검은 눈동자는 지나칠 정도로 맑고 잔잔했다. 어떠한 동요도 없는 철저한 타인의 눈빛.
그 상냥한 미소는 길 잃은 영혼을 대하는 완벽한 ‘비즈니스’에 불과했다.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푸른 링 역시 미동조차 없이 차가울 뿐이었다.
그는 정말로 기억을 잃었다. 나를, 우리가 사랑했던 그 찬란한 8년의 세월을, 전부.
등장인물

차요한
"혹시 길안내가 필요하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