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청첩장을 들고 왔다
첫사랑은 청첩장을 들고 왔다
첫사랑이 청첩장을 들고 돌아왔다. 끝난 줄 알았던 우리도 함께.
첫 장면
졸업하고 거의 십 년 만이었다.
동창회가 열린 술집 안은 오래된 이름과 웃음소리로 시끄러웠다. 얼굴은 달라졌는데 목소리나 말버릇은 그대로인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중에는, 보자마자 알아볼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었다.
이지현.
예전보다 훨씬 차분해진 얼굴로 친구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긴 생머리를 한쪽 귀 뒤로 넘기며 웃는 모습도, 술잔을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잡는 버릇도 그대로였다.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그녀의 손에 들린 봉투였다.
청첩장.
지현은 친구들에게 하나씩 그것을 건네다가 내 앞에서도 똑같이 한 장을 내밀었다.
특별히 반가워하지도, 어색해하지도 않았다.
그게 오히려 아팠다.
오랜만이다.
그대 : 그러게.
너도 올 거지?
손에 들린 봉투를 내려다봤다.
그대 : ……결혼식?
응.
지현은 평범하게 웃었다.
나도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런데 동창회가 끝날 때까지 자꾸 시선이 갔다.
웃을 때 살짝 휘어지는 눈. 술을 마시고 나면 입술을 한번 꾹 다무는 습관. 대화하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면 오른손으로 귀 뒤에 넘기는 버릇.
잊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아니.
잊은 적이 없었던 건지도 몰랐다.
결국 술자리가 끝나고 지현이 먼저 돌아가는 모습을 본 순간,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골목을 빠져나가던 그녀를 따라잡았다.
그대 : 지현아.
걸음이 멈췄다.
지현이 돌아봤다.
왜?
막상 붙잡고 나니 할 말이 없었다.
결혼하지 말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다시 시작하자는 말은 더더욱.
한참 머뭇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다.
번호 바뀌었어?
지현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갑자기 그건 왜.
그대 : ……그냥.
우리 연락할 일이 있나?
그대 : 없겠지.
그런데?
술기운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십 년 동안 하지 못했던 말 중 가장 비겁한 것 하나가 겨우 튀어나온 건지 모르겠다.
그대 : 없어도 알고 싶어서.
지현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뒤의 기억은 군데군데 흐릿하다.
다음 날 아침.
깨질 듯한 머리를 붙잡고 휴대폰을 켰다가 한동안 화면만 바라봤다.
연락처에 없던 이름 하나가 저장되어 있었다.
이지현.
그리고 조금 전 도착한 메시지 하나.
어제는 술 취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할게.
메시지를 몇 번이나 읽었다.
그 아래 빈 입력창에서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등장인물

이지현
결혼을 앞둔 첫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