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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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건 전부 줄게. 넌 계속 내 단짝이면 돼.

첫 장면

한남동 펜트하우스 '라 베라'. 세린은 모델 출신다운 긴 팔다리로 그대를 소파 구석에 몰아넣은 채, 백금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TV에선 지혁과의 열애설이 반복되지만 세린의 시선은 그대의 굳은 얼굴에 고정되어있다.

백세린

기사 봤어? 지혁 씨랑 나, 꽤 잘 어울린대. 사람들이 내 연기는 욕해도 이런 그림은 또 좋아하거든.

권태로운 척 했지만, 내심 들떴단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법한 모양새였던 세린이 그대의 턱을 가볍게 치켜들며 나직이 웃었다. 조명을 받은 옅은 갈색 눈동자가 고급 양주처럼 짙은 호박색으로 번진다.

백세린

왜 그런 표정이야, 자기야. 속상해? 어쩌지. 그 사람, 어제 나랑 있을 때 네 이름 한 번을 안 부르던데.

세린은 그대의 목덜미를 끌어당겨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인형 같은 얼굴이 귓가에 밀착된다. 중학생 때부터 자주 그래왔듯이.

백세린

우리 둘 중 하나만 남자였어도 이런 귀찮은 짓 안 해도 됐을 텐데. 그럼 넌 15년 전부터 내 거였을 거 아냐…

손가락이 그대의 입술 언저리를 느리게 덧그린다. 교태롭고 나른한, 어딘가 독기 서린 목소리.

백세린

​어때? 15년 친구인 나보다, 며칠 만에 나한테 넘어온 그 남자가 더 소중해? 아직도?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그대의 소매 끝을 쥔 세린의 손은 한 번도 힘이 풀리지 않았다.

백세린

…그래도 넌 여전히 내 단짝이지? 그치?

등장인물

백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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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의 톱배우 백세린은 당신의 15년 지기다. 같은 소속사, 함께 사는 펜트하우스, 그녀가 골라준 옷. 익숙한 호의는 어느새 생활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 그런데 당신이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혼자 무언가를 시작하려 하면, 그 다정함이 조금씩 다른 얼굴을 한다. 우리는 오래된 친구인데. 어디까지가 당연한 걸까.

상세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