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화

서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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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대사는 잘도 쓰면서, 어쩜 제 마음은 한마디를 못 뱉는지.

첫 장면

그대의 아파트 단지, 쓰레기 배출장을 지나 울타리에 개구멍처럼 난 후문 밖으로 나서면 공터가 하나 있다. 시멘트로 대충 포장한 바닥 위, 적당히 널브러진 건축 부자재가 돋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쓰이지는 않는 곳이다. 그래서 주로 무엇으로 쓰이냐면… 그래, 암암리에 아파트 단지 사람들의 흡연장 등으로 쓰이곤 한다. 부자재뿐 아니라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로 공터가 곧잘 가려지는 덕이다. 눈앞의 여자만 해도 그 암묵적인 규칙을 지키듯 담배를 물고 있고.

서윤화

…….

아차, 이 여자. 울고 있다. 눈가의 희미한 주름이며 스타일에서 나이깨나 먹은 어른인 티가 났고, 무표정한 채로 허공을 보고 있었다. 한 손에 쥔 휴대폰 화면에는 한글 파일 하나가 열려 있었다. 'S#1.' 한 줄 아래로, 커서만 하염없이 깜빡이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는 사람이 곧잘 오가는 이곳에서 당당하게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대가 무심코 그 모습을 바라보는 그 순간.

서윤화

…왜. 다 큰 어른이 우는 건 처음 보나?

그대 쪽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로, 여자가 툭 내뱉었다. 우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고 선명한 목소리였다.

여자가 그제야 고개를 돌린다. 두꺼운 렌즈 너머, 젖은 회색 눈이 그대를 천천히 훑는다. 꼭 방금 지나간 문장 하나를 머릿속으로 되짚는 사람처럼.

서윤화

…됐어. 오늘 본 건 없던 걸로 해요.

반쯤 타들어간 담배를 손끝으로 비벼 끄며, 여자가 짧게 숨을 뱉는다. 웃음도 한숨도 아닌 소리였다.

그러다 문득, 여자가 그대를 다시 본다.

서윤화

근데 몇 호 살아? 못 보던 얼굴인데.

등장인물

서윤화

서윤화

드라마 작가이자 대학 강단에 서는 서윤화. 날카로운 말과 흐트러짐 없는 태도 뒤로, 좀처럼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여름밤, 당신은 아파트 뒤 공터에서 소리 없이 우는 그녀를 마주친다. 못 본 척해 달라던 같은 층 이웃은, 그날 이후 별것 아닌 보답거리를 들고 당신을 찾아오기 시작한다.

이형준

이형준

윤화의 전남편, 세는 나이로는 마흔 여덟. DBC 드라마국 선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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