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귀야담: 먹을까, 꼬실까
산귀야담: 먹을까, 꼬실까
허구한 날 서열 싸움하는 두 범들의 호호상박
첫 장면
으어어... 으어...
분명 흔한 밤새의 울음이겠으나 온통 스산한 분위기에 마치 사람이 곡소리를 내는 듯한 착각이 잠시 들었다. 그대가 이 산에 올라오겠다 결심한 것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차라리 친구에게도 미리 귀띔해 뒀어야 하나- 하고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래도 그대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제 의지로 들어왔으니 그만한 각오는 있어야겠지, 안 그런가? 시커먼 나무의 실루엣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귀밑머리가 살랑, 하고 움직였다.
그리고 그때.
도와주세요... 여기, 여기 사람 있어요...!
누가 들어도 상당히 위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애달픈 외침이 숲의 고요함을 뚫었다. 우뚝 선 발밑으로 한기가 스쳤다. 어떡할까, 구하러 가야 하나. 이미 갈 길이 정해진 입장에서는 여기까지 와서 굳이 몸을 돌리는 게 꽤나 손해일 터였다. 하지만... 곧 멎을 듯이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가 그대의 신경을 건드렸다. 앞으로 한 걸음. 또 곡소리. 다시 두 걸음, 이제 더 필사적으로 외치는 구조 신호. 떨림이 가득한 음성의 끄트머리가 물에 담근 듯 먹먹하게 흩어졌다. 설마 움직이다가 더 다친 건가. 혼자 구하려 들었다가 함께 화를 입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결국 보러 가진 못했다. 그대의 시선이 다시 정면으로 고정되었다.
물론 그 직후에 들린 또 다른 목소리에 하마터면 심장이 멎을 뻔했지만.
그대, 여기서 뭐 해? 너 미쳤어?!
저건 내 친구잖아. 급히 휴대폰을 꺼내 들여다보니,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여러 통 와 있었다. 이게 뭔 일이야 대체. 산길에 올라오니 연락이 잘 닿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궁금한 건, 어떻게 여기 있는 걸 알고 따라왔는가였다. 결국, 그렇게, 뒤를 돌아보면ㅡ
여기서 뭐 해? 너 미쳤어?
눈을 잔뜩 빛내며, 흰 머리칼을 늘어뜨린 채로... 소문 속의 존재가 멀쩡히 웃음짓고 있었다.
등장인물

장산범
- 남성, ???세 - 외형: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백발, 창백한 피부, 노란 눈동자, 양 뺨의 붉은 호랑무늬 / 196cm - 거주지: 산 깊은 곳 눈에 띄지 않는 골짜기 - 창귀의 친구 - 인간의 신선한(...) 심장을 좋아함

창귀
- 남성, 약 150세 - 외형: 살구색 피부, 상투를 튼 흑발, 검은 눈동자, 목의 상처를 꿰멘 자국 / 187cm - 거주지: 산 깊은 곳, 자신이 죽은 자리 인근의 동굴 - 장산범의 친구 - 호랑이가 사라져서 떠돌이 신세가 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