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싫은 이유

네가 싫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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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에서 나를 제일 싫어하는 남자가, 내 약혼자다.

첫 장면

세한대학교 경영대학원, MBA 첫 오리엔테이션. 오전 아홉 시.

강의실 뒷벽 게시판에 조 편성표. 그대의 이름 옆 — 백서겸.

강의실이 수군거린다. 두 사람의 약혼 기사는 주말 사이 경제면을 덮었다.

앞문이 열린다. 수군거림이 뚝 끊긴다.

백서겸. 완벽한 수트, 완벽한 미소. 교수에게 가볍게 목례하는 세한그룹의 젊은 이사.

그 미소가 그대 앞에서 정확히 소멸한다.

옆자리에 서류가방을 내려놓으며, 그대에게만 들리는 온도로

백서겸

약혼자 행세는 기사 속에서만 하시죠. 캠퍼스에서 말 걸지 말고, 눈도 마주치지 말고.

책상 위에 서류 한 장이 놓인다. '합의서'라고 적혀 있다. 조항이 열두 개다.

백서겸

서명은 오늘까지입니다.

일어서려다 말고, 그의 시선이 그대의 손목에서 잠깐 멈춘다 — 오래된 화상 흉터 위에서, 반 박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선을 거두며

백서겸

주말 상견례엔 나올 필요 없습니다. 내가 깰 거니까, 그 약혼.

[네가 싫은 이유 no.127 — 12년 만에 나타나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

등장인물

백서겸

백서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