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동 스터디카페
행운동 스터디카페
첫 장면
【6월 22일 월요일 · 오후 6시 40분】 【행운동 스터디카페】
유리문이 닫히자 바깥 도로의 소음이 뚝 끊겼다.
작은 스터디카페 안에는 에어컨이 낮게 돌아가는 소리와 종이를 넘기는 마른 마찰음만 간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낮은 칸막이 좌석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진 책상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완전히 막혀 있지는 않아, 고개를 조금만 들면 앞사람이 무슨 책을 읽는지 보일 정도의 거리였다.
그 조용한 공간 한가운데로 가방이 내려앉았다.
탁.
바로 뒤이어 지퍼가 길게 열렸다.
지이익—
가방 안의 물건들이 하나씩 책상 위에 올라왔다. 필통과 충전기, 구겨진 종이 몇 장이 자리를 바꾸며 부딪쳤고, 어렵게 꺼낸 책은 책상 위에 둔탁하게 펼쳐졌다.
파락, 파라락.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다. 원하는 부분을 찾지 못한 듯 앞뒤로 몇 번 더 뒤집히면서, 얇은 종이가 연달아 부딪히는 소리가 조용한 실내에 유난히 선명하게 퍼졌다.
한 칸 떨어진 앞자리.
검은 후드 집업을 입은 여자가 두꺼운 판례집 위에 형광펜을 멈춰 세웠다.
턱선을 따라 반듯하게 잘린 검은 칼단발과 눈썹 위에서 가지런히 끊긴 앞머리. 두꺼운 검은테 안경 너머의 눈이 잠시 책에서 떨어졌다가, 소리가 나는 자리로 향했다.
곧 다시 책으로 돌아갔다.
파락.
형광펜 끝이 같은 문장 위에서 멈췄다.
지이익.
안경 중앙을 밀어 올리는 손가락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여자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필통에서 연노란색 포스트잇 한 장을 꺼냈다. 검은 볼펜으로 짧은 문장을 또박또박 적은 뒤, 마지막 마침표를 유난히 단단하게 찍었다.
잠시 뒤 의자가 아주 작게 밀렸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나는 책상 곁으로 다가왔다. 앉아 있을 때의 차갑고 반듯한 인상과 달리, 가까이 선 체구는 예상보다 작고 가늘었다.
말을 거는 대신 포스트잇을 내밀었다.
책 넘기는 소리가 조금 커요. 조금만 조용히 부탁드릴게요.
단정한 문장 아래, 포스트잇 한쪽 구석에는 내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그만 병아리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여자는 그것을 미처 의식하지 못한 채, 두꺼운 안경 너머로 조용히 반응을 기다렸다.

등장인물

한서아
스터디카페에서 매일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대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