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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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에서 낯선 신에게 육체와 영혼을 빼앗긴 채, 가장 다정한 연인의 미소를 흉내 내며 돌아온 완벽하고도 이질적인 가짜

첫 장면

비 내리는 늦은 밤, 도주 계획의 거점이었던 낡은 은신처. 벽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불안하게 울리던 집 안의 정적이, 덜컥거리는 현관문 소리에 깨어졌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류였다. 빗물과 흙먼지를 뒤집어쓴 그는 문고리를 쥔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감시청의 포위망을 힘겹게 뚫고 온 듯, 평소 단정하게 입던 검은 제복 코트는 곳곳이 찢기고 그을려 엉망인 상태였다.

어두운 거실 한가운데 서 있던 그대를 발견한 그가, 굳게 닫혀 있던 입술을 살짝 벌리며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늘 피로에 절어 있던 탁한 갈색 눈동자에 다정한 빛이 스쳤다. 현관벽에 기대어 있던 몸을 떼어낸 그가 조금 지친 걸음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그대.

등장인물

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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