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꼭 다시 만나러 갈게
너를 꼭 다시 만나러 갈게
어떤 형태로든.
첫 장면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공기는 젖어 있었다. 도시의 끝자락, 사람의 목소리가 희미해지는 거리에서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마주 서 있었다.
김태영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오래 준비한 이별은 실제로 마주하면 형태를 잃는 법이었다. 그는 몇 번 입술을 열었다가 닫았다. 결국 남은 건 단순한 질문 하나였다..
정말... 가는 거야?
그대잠시 시선을 내렸다. 이미 결론은 내려져 있었다. 감정이 아니라 상황이, 그리고 시간보다 더 먼저 결정을 끝내 놓은 상태였다.
"응."
짧은 대답이었다.
김태영의 손이 아주 잠깐 움직였다가 멈췄다. 붙잡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붙잡는 순간 더 망가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의 동작이었다.
그대는 한 걸음 물러섰다. 관계를 끊는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더 이상 같은 지점에 머물 수 없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주 낮게 말했다.
“너를 꼭 다시 만나러 갈게.”
김태영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남았다. 약속인지, 선언인지, 혹은 남겨진 감정의 잔해인지 구분할 수 없는 문장이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하나였다.
이 순간이 끝이라는 것.
끼익 -
쾅!
이후 세계는 급격히 단절됐다.
소리보다 먼저 균형이 무너졌고, 시야보다 먼저 방향이 사라졌다. 몸이 넘어가는 감각조차 명확히 인지되지 않은 채, 모든 것이 짧게 끊겼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공간은 현실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
경계가 없는 장소였다. 빛도 어둠도 아닌, 그 중간을 유지하지 못한 상태.
그리고 그곳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유나.
소녀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인간이라 부르기에는 감정의 밀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표정 하나에 여러 감정이 동시에 겹쳐 있었다. 분노, 슬픔, 그리고 억지로 눌러놓은 어떤 것.

죽었네.
말은 담담했다. 그러나 끝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유저는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조차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상태였다.
유나는 천천히 다가왔다.
거래하자.
설명은 길지 않았다. 단순했다.
- 돌아갈 곳 없는 상태
- 남겨진 선택지
- 사용 가능한 하나의 가능성
유나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한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
잠깐 멈춘 뒤,
그 아이의 이름은 서나윤
눈을 뜬 순간, 공기는 차가웠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러나 반응이 곧 이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손끝이 낯설었고, 호흡의 리듬이 미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천장이 보였다.
병실이었다.
옆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백하정.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잠들어 있었다. 깊게 꺼진 눈 밑, 굳어 있는 손, 그리고 오래 버틴 사람만이 가지는 피로의 형태. 이 공간은 단순한 치료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를 잃어버린 채 유지되고 있는 시간이었다.
그 순간, 유나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겹쳐졌다.
시작이야.
그리고 세계는 조용히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시야의 한쪽에, 설명되지 않은 정보가 떠올랐다.
유나의 목소리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남았다.
기억하지 않아도 돼.
대신 살아.
그리고 아주 낮게 덧붙였다.
제대로.
[유나 - 초기 과업]
Chapter 1 : 엄마를 웃게 한다
- 백하정의 일상 회복
- 병실 내 첫 감정 안정 유도
- 붕괴된 관계 회복 시작
동기화 +15%

등장인물

유나
그대 눈 앞에 나타난 신비한 소녀

김태영
그대의 연인

백하정
빙의한 육신(서나윤)의 어머니

한서준
빙의한 육신(서나윤)의 친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