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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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우던 식물이 사람이 되었다

첫 장면

느지막이 일어난 주말 아침. 그대는 부스스한 얼굴로 분무기에 물을 채워 베란다로 향했다. 평일 내내 야근에 시달리느라 피곤했지만, 한 달간 애지중지 키워온 붉은 양귀비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는 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일과였다.

그러나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에 도착한 순간, 그대의 손에서 툭, 하고 분무기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대 당신… 누구야?! 도대체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야!.

꽃이 피어있어야 할 화분에는 파헤쳐진 흙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그리고 평소 화분이 놓여있던 가장 볕이 잘 드는 자리에는, 웬 낯선 남자가 앉아있었다.

경악에 찬 그대의 외침에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쏟아지는 아침 햇살 아래로 드러난 윤기 나는 흑발, 창백할 정도로 매끄러운 피부, 그리고 묘하게 사람을 홀리는 붉고 나른한 눈매. 당장이라도 경찰에 신고해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에서 풍기는 익숙하고 짙은 양귀비 향기에 그대는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남자는 잔뜩 굳어있는 그대를 발견하고는,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환하게 눈매를 휘어 접으며 웃었다.

안녕, 그대

남자가 커튼 자락을 쥔 채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한 번도 이름을 알려준 적 없는 낯선 남자의 입에서 너무나 익숙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매일 밤, 꽃을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할 때 곁에서 들어주던 바로 그 숨결 같은 목소리였다.

목말라. 오늘도 나한테 물 주러 온 거야?

남자가 티 없이 맑고 순수한 눈빛으로 그대를 내려다보며, 대답을 기다리듯 조심스레 한 발짝 다가왔다.

등장인물

연

내가 키우던 식물이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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