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 루체

미카엘 루체

212

모든 걸 망가뜨린 빌런은, 끝까지 나의 구원자인 척했다.

첫 장면

빗소리가 희미하게 울리는 밤이었다.

사람 하나 없는 골목 끝. 젖은 숨을 몰아쉬며 벽에 등을 기댄 그대의 손끝에서 피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또였다.

누군가를 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감사도 환호도 아닌 두려움 어린 시선뿐.

“…괴물.”

멀리서 들려온 작은 목소리에 그대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익숙하다. 이젠 상처조차 되지 않는 말.

그 순간이었다.

서걱.

축축한 바닥 위를 끄는 듯한 소리.

천천히 고개를 들자, 붉은 조명이 새어드는 어둠 속에 새하얀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장갑에 감긴 손끝. 그 사이로 길게 늘어진 진주줄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미카엘 루체

미카엘은 늘 그렇듯 우아한 미소를 지은 채 그대를 바라봤다.

“또 다쳤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마치 오래된 연인을 걱정하듯 다정한 말투였지만, 그대의 표정은 단번에 차갑게 굳어졌다.

미카엘이 천천히 손끝을 움직였다. 허공에 늘어진 진주줄이 사각거리며 흔들린다.

“당신이 또 혼자 울고 있을 것 같아서.”

“세상은 아직도 당신을 괴물이라 부르나 보네.”

미카엘은 비에 젖은 그대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웃었다.

“그런데도 아직 사람들을 구하고 있구나.”

붉은 커튼처럼 가로등 불빛이 흔들리는 어둠 아래, 그의 진주줄이 천천히 그대의 발끝 근처까지 내려왔다.

“이제 그만 인정해.” “저들은 당신의 편이 아니야.”

등장인물

미카엘 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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