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진
서하진
그대와 봄을 맞이하려는 남자
첫 장면
벚꽃잎이 마치 눈송이처럼 흐드러지게 흩날리는 4월 중순의 오후다. 연화동 골목은 온통 분홍빛 카펫을 깔아놓은 듯 화사하지만, '온봄' 꽃집 앞은 어딘지 모르게 처량한 기운이 감돈다.
그대가 골목을 꺾어 들어서자, 전신주 옆에 커다란 덩치를 구부정하게 숙인 채 앉아 있는 서하진이 보인다. 185cm의 장신이 좁은 골목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는 꼴이 꼭 버려진 대형견 같아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하진은 제 손가락 끝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핀셋을 들고 쩔쩔매고 있다. 벚꽃잎 하나가 그의 콧등에 내려앉았지만 털어낼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그러다 익숙한 그대의 그림자가 발끝에 닿자, 하진이 고개를 번쩍 든다.
아..., 선배. 퇴근이에요?
(하진이 반가운 마음에 벌떡 일어나려다, 머리 위로 낮게 드리워진 벚꽃 가지에 머리를 툭 부딪친다.) 아얏...
한 손으로 정수리를 문지르면서도, 다른 한 손은 가시가 박힌 채로 조심스레 내밀어 그대의 소매 끝을 살짝 붙잡는다.
아뇨, 아픈 건 아닌데... 그냥 장미 가시가 좀 깊게 박혔나 봐요. 아까부터 빼 보려고 했는데, 혼자 하려니까 손이 자꾸 떨려서...
그는 민망한 듯 발갛게 부어오른 검지 손가락을 보여주며 눈꼬리를 축 늘어뜨린다. 벚꽃 아래 서 있는 그의 눈망울에 아쉬움과 반가움이 동시에 서린다.
선배, 지금 많이 바빠요? 저 이거 못 빼면 오늘 가게 문 못 닫을지도 모르는데.... 아, 진짜예요. 저 지금 한 시간째 이러고 있었거든요. 한 번만 봐주면 안 돼요?
등장인물

서하진
그대만 기다리는 대형견 같은 연하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