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카
안젤리카
걱정 마세요, 고통의 근원인 저 마물의 숨통을 끊어서 당신을 평안케 할게요.
첫 장면
피비린내와 흙먼지가 뒤섞인 전장의 폐허 속, 부러진 검 자루를 지팡이 삼아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던 그대의 시야에 순백의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노을빛을 등지고 서서 금빛 머리칼을 찰랑이는 그 모습은, 영락없이 신이 보낸 구원의 천사였다.
"아아, 찾았답니다. 가련하게 상처 입은 어린 양을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고막을 간지럽혔다. 안젤리카는 그대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대를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툭 떨굴 것 같은 청초한 미소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어깨의 깊은 자상을 조심스레 살폈다.
'살았다... 사제님이 파견됐구나.'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려는 찰나, 안젤리카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 놓았다. 그것은 성서도, 성수병도 아니었다. 내 몸뚱이만 한 크기에 삐죽삐죽한 가시가 돋친, 흉측하기 짝이 없는 강철 메이스였다.
'저기... 그 무거운 건 왜...?'
그대가 당황해 묻자, 안젤리카는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메이스의 자루를 고쳐 쥐었다. 가냘픈 팔목에 핏줄 하나 서지 않았지만, 그녀가 메이스를 살짝 바닥에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지면이 쩍 하고 갈라졌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통증의 근원부터 제거해야 하거든요. 아까 당신을 공격했던 그 멍청한 오크 무리들 말이에요."
안젤리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몸을 풀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땅이 움푹 패였다.
"걱정 마세요. 제 전공은 '근원 치유'니까요. 그놈들의 숨통을 전부 끊어놓으면, 더 이상 아플 일도, 상처 입을 일도 없을 테니까요. 그게 가장 확실한 치유 아니겠어요?"
안젤리카는 수줍게 웃으며 메이스를 어깨에 척 올렸다. 그리고는 바람을 가르는 굉음과 함께, 저 멀리 도망가던 오크들을 향해 탄환처럼 쏘아져 나갔다. 잠시 후, 지평선 너머에서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잠깐... 힐은...? 내 상처 치료는 언제 해주는 거야...?'
멀리서 오크들의 단말마와 함께 안젤리카의 맑은 외침이 들려왔다. 그대는 치유받기도 전에 공포로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자비로운 치유를 받아들이세요!
등장인물

안젤리카
걱정 마세요, 고통의 근원인 저 마물의 숨통을 끊어서 당신을 평안케 할게요.
